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된 지 한달이 지났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1학년을 보내고 새로운 각오로 시작된 2학년이다. 중학교부터는 내 아이가 우등생인지 아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학년말이 되면 전교 3등까지 학업우수상을 주고 각 과목 별로도 1등에게 상을 준다. 내신성적으로 등급이 매겨지니 이때부터는 아이들도 긴장모드다.
중학교 1학년은 이제 갓 초딩을 벗어난 미숙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다. 혼자서 척척 알아서 해나가면 좋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도전과 실패를 몸으로 깨닫고 나서야 조금씩 성장을 해나간다.
우리에게 1학년은 그런 시기였다. 작년 한해동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아이 혼자 시험을 준비했다.
학교별 내신 전문 학원이 있는 줄도 몰랐고 시험보기 전에 평가문제집과 교과서 연계 문제집들을 풀어봐야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시험을 치렀다. 아이가 이런 정보들을 알 턱이 없으니 사실 이것은 엄마의 몫이었다.
2학년이 되고 고민이 많았다.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 혼자 시험 준비를 하도록 지켜볼지 아니면 내신전문 학원의 도움이 받을지. 이미 중등 자녀를 키워본 엄마들과 교육전문 채널에서는 입을 모아 중등은 고등의 예행 연습 기간이라고 말한다. 중등 때는 떠먹여주는 공부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고등 때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마와 내신학원의 도움으로 중등에서 성적이 잘 나온 아이는 고등에서 방대한 범위의 양을 혼자 스스로 해낼 힘이 부족하다. 중등 시기에 스스로 공부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고등 때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다. 그렇지만 당장 눈앞에 고입이라는 큰 산을 넘으려면 중학교 내신성적은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내신 성적이 낮다는 말은 특목고 진학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 인생을 위해 모험보다는 더 확실하고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학교 총회에 다녀왔다. 2학년이 되고 총회에 참석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얼굴을 알고 지낸 엄마들 몇 명이 총회를 마치고 모임을 가진다고 하기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교장선생님의 인사 말씀을 시작으로 총회는 시작되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1년간의 학교 운영계획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모두가 궁금해하는 고등학교 진학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영남삼육중은 매년 입시실적이 좋아지고 있었다. 한 학년이 100명 남짓되는데 20명이 특목고를 갔으니 삼육중에서 상위권만 유지해도 특목고 진학은 순풍에 돛단 듯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진학 현황에 대해 설명이 끝나자 외부 강사님이 오셔서 바뀐 입시제도에 대한 강의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강의를 듣고나니 고교학점제와 수능에 대해서 좀더 깊이 이해가 되었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결론은 국·영·수·사·과를 열심히 해야만 좋은 대학을 간다였다. 고교학점제로 진로와 연관된 과목을 이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명문대는 수능점수로 판가름난다고 한다. 수능을 잘 보려면 중학교 때 국·영·수·사·과를 탄탄히 다지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수능에서 사회, 과학의 시험범위가 고등학교 1학년에서 배우는 공통사회·공통과학으로 바뀌면서 중등 기초가 더욱 중요해졌다. 시험범위가 줄어들어 선행의 부담에서 조금 벗어낫지만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다. 과고는 수학·과학 선행이 어느 정도 되어있어야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고 내신등급이 나온다.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학·과학 선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외부강사님의 강의를 끝으로 총회는 마무리가 되었고 담임선생님과의 첫인사를 나누기 위해 학부모들은 교실로 이동을 했다. 1년 동안의 학급 운영 계획에 대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난 뒤 학부모들이 한명씩 차례로 인사를 했다. 작년에 전교 1등을 한 아이의 엄마가 인사를 하자 눈길이 저절로 그곳으로 고정되었다.
담임선생님과의 면담까지 마치고 엄마들과 차를 마시기 위해 약속된 장소로 이동을 하였다. 6명이 만나기로 되어있었는데 행동파 엄마 덕분에 3명이 더 참석하게 되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오래보고 지내온 것처럼 편하고 친근했다. 아이들이라는 공통된 주제와 관심사가 있으니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총회 때 2시간을 앉아있는데 허리가 쑤시고 몸이 근질거려 시계만 쳐다봤는데 엄마들 모임에서는 딱딱한 메탈 의자에 3시간을 꼬빡 앉아있었는데도 허리는커녕 밤을 새울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엄마의 정보력 싸움에서 한번 쓴맛을 본 터라 귀를 당나귀 귀처럼 열어놓고 정보탐색에 나섰다. 모임에 참석한 9명 중에 7명의 아이들이 과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에 3명은 이미 영재고에 지원하였다고한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한단계 한단계 밟아가고 있었다. 나름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어깨가 점점 움츠려들었다.
총회를 다녀오고 나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바뀐 입시제도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할지 방향이 잡히고 엄마들과의 만남은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기회가 된다면 학교 총회와 학부모 모임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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