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의 중학교 1학년 생활도 이제 곧 끝이 난다. 1학기 자유학기제를 보내고 2학기 내신시험을 치르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중학교 내신시험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야단법석이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지방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고등학교 진학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기숙사가 있는 특목·자사고로 입학하지 못하면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일반고에 진학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초등시절 아이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눈으로 지켜봐왔던 터라 무슨 일이 있어도 교육 환경이 좋은 학교를 보내야겠다고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니 시험을 치르고 성적이 나올 때마다 목소리는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 짓던 아들바보는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1학년 2학기를 되짚어보면 중간고사까지는 그래도 내신시험이라고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행착오는 하나의 과정이라 위안을 삼으며 기말에는 분명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믿었다. 그런데 한과목 한과목 점수가 나올 때마다 중간고사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었음을 깨달았다. 분명 중간고사 때보다 더 노력을 했는데 왜 점수가 안 나오지? 뭐가 잘못됐는지 답답했다.
중등내신 전문 유튜트 채널을 샅샅이 찾아보고 학원선생님과 선배맘들 상담까지 하고 나니 문제점들이 하나씩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시험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시골마을에서는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적당한 노력을 하는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삼육중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 정도의 노력과 실력은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내신시험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수만 가지가 넘겠지만 크게 3가지로 정리되었다.
첫번째는 절대적인 공부량이 최상위권 아이들보다 적었다. 아이는 학원을 오가며 학원숙제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학교숙제와 수행과제만 열심히 하는 게 전부였다. 한마디로 수동적인 공부만 해왔었다. 교육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나니 교과서 중심으로 스스로 공부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내신 점수는 누가 더 교과서 회독수가 많으냐, 더 많은 문제를 풀어봤느냐에 따라 고스란히 점수로 증명된다. 중등 내신준비가 고등과 수능까지 연결되므로 내신준비 기간을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시험보기 2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으니 시험날에는 자습서에 있는 문제는커녕 교과서조차도 다 못 보고 시험을 치렀다. 너무 일찍부터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집중력이 떨어져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적어도 1달전부터는 준비를 해야한다.
두번째는 한정된 에너지를 나누어 써야 되는데 아이는 내신시험보다 수행에 너무 힘을 빼버렸다. 학기 전반에 걸쳐 수행은 계속 있는데 모든 힘을 수행에 쏟으니 정작 교과공부 할 시간이 부족했다. 맑은 정신의 집중력이 높을 때 교과공부를 하고 집중력이 좀 흐트러졌을 때 수행을 해야 하는데 아이는 반대였다. 수행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니 수행점수는 좋았다. 하지만 지필고사에서 고득점을 받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것 또한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최상위권 아이들은 수행과 지필고사에 쏟아야 될 에너지를 잘 분배할 줄 알았다.
세번째는 수학과 영어에서 중등 교과과정을 탄탄히 다지지 않고 섣부르게 선행을 달린 것이 문제였다. 아이는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해야 될 초등 5~6학년 때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다녀왔던 공부방을 고학년이 돼서 입시 학원으로 옮기면서 아이는 도통 적응을 못했다. 저학년 때까지 잘 이어오던 학업에 점점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1이 되고 주위에 다들 선행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중학교 과정이 빈 상태에서 수학과 영어를 무리하게 고등으로 바로 넘어가버렸다. 공부는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들어왔던 섣부른 선행의 폐해를 직접 몸으로 겪으며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수학 만큼은 누구보다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중간·기말에서 둘다 형편없는 성적표를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 아이는 난생 처음보는 문제를 시험시간에 이방법 저방법으로 풀고 있었으니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이가 틀린 문제들은 시중의 심화문제집에 그대로 있는 문제들이었다. 누가 수학은 생각하고 사고하는 과목이라고 했던가. 내신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으니 어려운 문제를 시간 안에 빨리 문제 푸는 스킬을 꼭 익혀두어야한다.
영어는 이번 기말에 시간을 제일 많이 투자 한 과목이었다. 아이도 영어만큼은 노력한 만큼 결실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간고사에서 문법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시험범위의 문법을 샅샅이 훑어보고 갔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문법문제는 다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OMR 실수...시간에 쫓겨 시험지가 뒤썩이면서 마지막 2문제를 바꿔서 OMR에 체크를 했다고한다. 마지막 2문제는 배점도 커 4점씩인데.. 결국 8점이 추가로 감점되었다. 차분한 성격이라 그런 사소한 실수는 안 할거라 생각했는데 아이에 대한 믿음이 하나씩 깨지고 있었다.
중간·기말 통틀어 가장 망한 과목이라면 사회다. 평소 아빠와 정치 이야기도 많이 주고받고 법과 관련된 책도 꽤 읽은 편이라 사회는 평소 실력으로 쳐도 고득점이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평균보다도 한참 밑인 점수에 아이도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시험 전날 그래도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는 풀어보라고 했건만 사회는 교과서만 반복해서 읽어보면 된다고 장담을 하더니 결과를 보고나서야 아이도 인정을 했다. 고득점은 적당히 노력해서 얻게 되는 점수가 아니라는 것을.
다행히도 아이는 수행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덕분에 사회과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지필고사가 전부였던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은 수행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성적표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 수행에 그렇게 목숨거는 아이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봤는데 이렇게 효자노릇을 할줄이야...
시험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안정을 찾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나는 아이 점수에 일희일비하는 하수엄마였다. 더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를 나무라기 바빴고 왜 최고가 되지 못하냐고 들들 볶아댔다. 더 쉽고 빠른 길을 찾아주는 것이 엄마의 임무라 생각하고 모든 레이더망을 아이에게 집중시켰다. 이 모든 것이 엄마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아이는 아이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을 뿐이다. 엄마의 속도에 아이를 맞추려 하니 모든 것이 어긋났다. 아이들은 넘어지고 부딪치기를 반복하면서 성장해간다. 부모는 그저 믿고 바라봐주기만 하면된다. 이론적으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지만 다시금 새기며 중딩 2년차에는 초보티를 벗은 고수엄마가 되어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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