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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혼공의 힘, 무조건 사교육이 답은 아니다.

자녀교육

by 썬바라기 2024. 9. 3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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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이 완전 다른 두 아들 


나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정우와 준우다. 정우는 중학교 1학년이고, 준우는 초등 4학년이다. 둘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이해하기 쉽게 정우는 ISTJ이고, 준우는 ENFP다. 
첫째 정우는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현실주의자이다.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계획적으로 생활한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좀처럼 없으며 혼자있는 것을 즐긴다. 소식가에 채식주의자라 체격이 왜소하다.
둘째 준우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정해진 틀에 맞추는 것을 싫어한다. 즉흥적이고 순간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낙천적이며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못 견딘다. 대식가에 육식을 너무 좋아해 과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두 아이는 학습적인 면에서도 상반된 성향을 보인다.
첫째를 키우면서 아이가 잘 따라와줘서 자녀 교육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줄 알았다. 초보 엄마였던 나는 둘째도 첫째와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시켰다. 그런데 아이의 기질에 따라 교육방식을 달리해야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첫째 때 내가 시킨 공부 방식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기에 둘째도 형의 절차대로 밟아갔다.
준우가 12월 생이라 또래보다 늦될거 같아 형이 한 거 보다 1년 정도 앞당겨서 뭐든 시작했다. 5~6살때 예체능을 보내고 7살에 수학학원, 초등 3학년에 영어학원에 보냈다.
 
그런데 학원마다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준우가 아직 학원에 안왔어요.", "준우가 친구랑 놀다가 늦게 와서는 그냥 앉아만 있어요.", "준우가 숙제를 하나도 안해왔어요.", "준우가 피아노 대회를 이번에도 못 나갈거 같아요."
첫째 덕분에 소위 말하는 '엄친아'를 키우는 엄마로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고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자녀교육이라면 자신있던 나였기에 내 방법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끝까지 내 방식을 고수했다. 아이가 학원을 가기 싫어하든 말든 계속해서 학원을 보냈다. 그런데 올해 준우가 4학년이 되면서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배움은 본인이 의지가 중요한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를 강제로 시키는 것은 시간낭비에 돈낭비였다. 나는 결국 준우가 다니고 있던 학원을 다 중단했다. 무조건 학원을 보내는 것만이 답이 아니었다. 아이의 성향에 맞는 교육방법을 찾던 중 예전에 읽었던 '혼공의 힘'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혼공에서 해결책을 찾다


책에서 말하는 혼공은 자기주도학습과 다른 의미다.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학습에만 적용하는 것이라면 '혼공'은 학습뿐만 아니라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보다 좀더 넓은 의미라 보면된다.

혼공을 시작할려면 먼저 자신에 대해 알아야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내적 동기가 끓어오르도록 만들어야한다.
스스로 생겨나는 내적 동기를 가지고 전략을 세워 행동하는 것이 혼공이다. 이때 부모의 인정을 받으면 아이는 더 스스로 할려고 한다. 일방적인 명령이나 반대가 아니라 자녀를 인정하고 지지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갈때 아이는 안정감을 느껴 공부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책에 나와있는 홈공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았다.
학습동기 프로젝트부터 진행되는데 '나는 할 수 있어!',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내가 되고싶은 사람은?' 세 파트로 나눠 작성하도록 했다. 책처럼 쉽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만큼 아이가 따라와주지 않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꾸준히 책에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씩 실행해 보기로 했다. 
 
 

혼공 학습동기 프로젝트 기록



다음으로 혼공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내 아이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잘하는게 뭔지, 언제 가장 행복해하는지, 아이 스스로 해냈던 것은 뭔지,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다.
준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준우는 주변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살피는 관찰력이 뛰어나구나', '준우는 누구하고도 잘 어울리고 인사성이 참 좋구나', '준우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한 생각을 잘하는구나'. 제대로 안한다고 애를 다그치기만 했는데 관찰을 해보니 잘하는게 꽤 많았다.

혼공을 할 때 주의할 점은 결정과 선택을 아이 스스로 하도록 주도권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믿고 조력자 역할만 하면 된다. 초등은 부모가 50% 정도 개입을 하는 것이 좋고, 중등이 되면 서서히 줄여 40%, 고등이 되면 20%로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

 

 
 
 
준우는 하교 후 시간이 많아지자 마음놓고 친구들과 뛰어놀다 집으로 온다. 야간근무를 하는 아빠가 준우를 맞이하며 함께 혼공을 시작한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억지로 시킬 때는 그렇게도 하기 싫어하던 공부를 학원을 그만두고나니 스스로 책을 펼친다. 혼공을 시작하고 학습능력도 많이 올라 학교수업은 쉽게 하고 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담임선생님께 여쭤보기도 하고 인터넷 강의로 보충을 한다. 너무 일찍 시킨 사교육의 부작용을 뼈져리게 체감하고 아이들은 모두가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부모는 그 다름을 인정해주고 기다려줘야한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so take you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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