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 전 일이다. 첫째 정우가 5학년때 대구교육대학교 수학 영재교육원에 지원을 했다. 대구지역 전형은 경쟁이 치열해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하지만 우리는 경북이라 부담없이 실력을 점검해본다는 의미에서 시험을 한번 쳐보기로 했다. 정우는 초등 1학년 때부터 수학 심화 문제집을 꾸준히 풀어왔었고 시험을 앞두고는 4~5학년 최상위 센, TOT, 올림피아드 문제집까지 풀고 시험장에 갔다.
대구교대 영재교육원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면접이 있다. 1차는 시중에 있는 수학 심화 문제집을 꾸준히 공부해 온 아이라면 큰 무리없이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2차 면접에서 상당수가 떨어지다보니 면접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면접이라 엄마는 바짝 긴장되고 자소서 한 글자 한 글자 신경이 쓰이는데 정작 아이는 너무 천하태평이었다. 자기소개서는 장래희망, 영재교육원을 지원하게 된 동기, 영재교육원에서 배우고 싶은 것 등 서점에 나와있는 영재교육원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참고하여 자필로 써 갔는데 면접관님 첫마디가 "이거 직접 쓴 거 맞니?"였다. 평소 필체가 예쁜 정우가 글자를 또박또박 정성들여 잘 써놓은 덕분에 어드벤티지가 좀 있었는 듯하다. 2차 면접을 치르고 환한 미소로 달려 나오는 아이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벌써 이렇게 커서 혼자 면접을 보고 나오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이제 내 품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도 들었다.
2차까지 무사히 합격을 하자 생각지 못한 결과에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2022년 상반기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이 많았다. 집에서 강의를 듣고 주어진 과제를 매주 업로드해야만 했다. 아이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미숙하니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데 회사일로 바빠 신경을 많이 못써줘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재교육원은 엄마의 부지런함도 한몫을 한다.
하반기부터는 대면 수업 방식으로 바뀌어 2주에 한번씩 학교로 가서 수업을 했다.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게 실감이 났다. 영재교육원을 다닌 목적이 점수를 잘 받아 진급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기에 정우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끝까지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한창 주말여행을 다닐 때라 결석을 하기도 했다. 자칫 불성실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겠지만 영재교육원에만 올인하기에는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이 많았기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리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니 아이가 영재교육원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물론 진급시험에는 통과를 하지 못했다. 무사히 수료증을 받은 것으로 만족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본 것에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6학년을 앞두고 엄마의 욕심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북대학교 융합과학영재교육원에 지원해보자고 아이를 설득했다. 수학은 좋아하고 잘하지만 과학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경북대학교 융합과학영재교육원은 수학과 과학이 접목된 융합과정이었다. 경북대학교는 대구교대 영재교육원과 달리 교사와 기관 모두의 추천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고 자소서를 원서접수 때 제출해야한다. 5학년 담임선생님께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드리니 하루만에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교 추천서까지 알아서 다 작성해주셨다. 자소서는 작년 수학영재교육원에 제출했던 자소서를 바탕으로 내용을 조금 수정하여 제출했다. 자기소개서에서 묻는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지원하게 된 동기, 장래희망, 어떤 분야에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은지 등이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손흥민이 골을 더 잘 넣을 수 있는 방법을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기술해 보라는 것이였다.
1차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밝은 것을 보니 문제가 많이 쉬웠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 등쌀에 못 이겨 친 시험이지만 예상보다 문제가 쉬웠던 덕분에 시험장을 나오는 정우도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리 아들 진짜 대단하다고 엄지척 물개박수를 마구 쏟아내며 2차까지도 무사히 잘 통과하자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차는 과제 수행, 관찰 평가였다. 문제 중에 오일러의 공식을 묻는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정우가 읽었던 수학책 중 '이런 수학 처음이야'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서 쉽게 적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우는 2차까지 합격하고 무사히 1년 과정을 수료하였다. 과학분야의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하면서 사고의 폭이 확장되었고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졌을거라 생각한다.
영재교육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영재교육원이 시간 대비 효율로 따졌을 때 비효율적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고 새로운 환경과 경험을 어릴때 많이 할수록 좋으니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또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을 때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과 반대로 자기 수준을 테스트해 볼 겸 있는 있는 그대로 가서 경험 삼아 한번 쳐볼만하다는 의견으로도 나뉜다.
무엇이 맞는지 정답은 없다. 내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경험은 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도시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좀 더 넓은 곳에서 공부해본 경험은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자양분이 될 것이다.
영재교육원을 다니면서 장점을 꼽으라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래와 협력해서 같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소통과 협업능력이 저절로 길러지며 PPT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면서 발표수업에 익숙해진다. 또 대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니 대학생활을 미리 보면서 친숙해질 수 있고 수학·과학을 더 깊이 탐구해 볼 수 있는 등 많은 장점들이 있었다. 단점이라면 2주에 한번 수업이 있어 주말여행을 자주 갈 수 없고 주말에만 할 수 있는 문화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과제와 활동지 등 이수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평소 스케줄이 빡빡한 경우라면 아이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지원할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YES"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많은 것을 배우고 성공과 좌절을 통해 성숙해 나간다. 기회가 된다면 영재교육원 꼭 도전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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